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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스 해설

AI의 불쾌한 골짜기를 폰트로 옮긴 실험


한 줄 요약: ’휴머아닙명조체’는 AI가 그린 것처럼 미묘하게 어긋난 글자를 사람이 폰트 에디터로 정밀하게 만든 실험작이고, 이 이름은 AI 이미지가 왜 불쾌한지를 그대로 설명해 줘요.

디자인·출판 미디어 the_edit.co.kr님 게시물에 “빠빙 사람이 만든 폰트입니다”라는 문장이 붙어 있어요. 게시물의 첫 장은 영상인데, 그 장면은 노트북 화면이에요. 폰트 에디터(글자 모양을 한 획씩 설계하는 프로그램)에서 한글 글자가 열려 있고, 자막은 이렇게 선언해요. “AI의 불쾌한 골짜기를 폰트로 만들었따 ‘휴머아닙명조체’”. 화면 속 미리보기 문장에 빨간 물결선까지 그어져 있는데, 이건 워드프로세서가 맞춤법 오류를 알려줄 때 쓰는 그 표시예요. 글자 자체가 ’어긋난 것’이라는 걸 시각적으로까지 연출한 거예요.

반응이 뜨거웠어요. 스크린샷 기준 좋아요 5,328개, 공유 163회, 게시물 보내기 4,069회예요. 댓글은 35개로 적지만 보내기가 압도적인 건, 이 폰트를 보고 “아 이 느낌”이라고 바로 알아본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에요. AI가 만든 이미지 속 글자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 느낌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이 글에서는 그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이 폰트가 왜 반대 방향의 실험인지를 풀어 봐요.

불쾌한 골짜기란 무엇인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는 원래 로봇공학의 가설이에요.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한 개념으로, 로봇이 사람을 닮을수록 호감이 올라가다가, 거의 사람 같은 지점에 이르면 오히려 불쾌감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이야기예요. 그래프에서 호감이 꿈틀거리며 떨어지는 구간이 골짜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어요.

가장 익숙한 사례는 AI 이미지 속 사람이에요. 2024년 일본 맥도날드가 공개한 AI 광고에서 감자튀김을 던지는 모델의 손가락이 6개로 그려져, ’불쾌한 골짜기’라는 말이 다시 도는 사례가 됐어요. 배경과 옷은 그럴듯한데 사람의 몸이 미묘하게 어긋나면, 완전히 그린 것보다 오히려 더 섬뜩해져요. 요점은 이거예요. 사람에게서 벗어난 게 크면 ’만화’로 받아들이지만, 거의 사람인 만큼 남은 작은 어긋남이 눈에 박힌다는 거예요.

폰트도 똑같이 적용돼요. 글자는 인간이 만든 가장 엄격한 도형 체계 중 하나예요. 획의 수, 붙는 위치, 비율이 정해져 있죠. 그런데 그 규칙이 90%만 지켜진 글자를 만나면, 뇌는 ’서툰 글씨’가 아니라 ’뭔가 아닌 글씨’로 읽어요. 완전히 다른 기호라면 그냥 낯선 기호인데, 아는 글자인데 조금 어긋났을 때 불쾌한 골짜기가 열리는 거예요.

AI는 글자를 쓰지 않아요

그렇다면 AI 이미지 속 한글은 왜 어긋날까요. 2026년 7월 한글 이미지 생성 모델을 공개한 개발자의 분석 글이 원인을 깔끔하게 정리해요. 세계적인 이미지 생성 모델 대부분은 라틴 문자(영어 알파벳) 중심으로 학습됐고, 한글처럼 획이 복잡하고 조합 규칙이 있는 문자를 만나면 “글자를 쓴다”기보다 “글자처럼 생긴 얼룩을 그린다”에 가까워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안녕하세요”를 시켜도 “안ㅐ기” 같은 결과가 나와요. 이 글은 이걸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짚었어요.

한 가지 비유를 들어 보면 이해가 빨라져요. 한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안녕하세요”라는 글자를 보여 주고 그대로 따라 그리게 해 보세요. 모양은 꽤 비슷하게 나오지만, 획이 하나 빠지거나 모음이 붙어야 할 자리에 안 붙는 식으로 미묘하게 어긋나요. 그 사람에게 그건 글자가 아니라 ’보이는 대로의 그림’이니까요. 이미지 모델이 정확히 이 상태예요. 글자를 문자로 배우지 않고, 수많은 이미지 속에서 글자 모양의 그림으로 배웠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 비유에도 한계가 있어요. 모델은 보고 따라 그리는 게 아니라 학습 데이터의 통계로 픽셀을 만들 뿐이에요. 그래도 “문자의 규칙이 아니라 그림의 인상을 재현한다”는 감각은 그대로 통해요.

여기까지가 슬라이드 자막의 전반부예요. “AI의 불쾌한 골짜기”가 뭔지는 이제 설명이 필요 없어요. 문자 체계를 모른 채 그린 ’글자 비슷한 얼룩’이, 아는 글자와 아닌 글자 사이의 골짜기에 정확히 떨어지는 거예요.

휴머아닙명조체는 반대로 가요

이 폰트의 발상은 여기서 반대로 꺾여요. AI가 실수로 만드는 어긋난 글자를, 사람이 의도해서 만들어 버린 거예요. 영상 화면을 보면 폰트 에디터에서 글리프(글자 하나하나의 설계도)를 하나씩 조정하고 있어요. 이름부터 언어유희예요. 휴먼(human)에 ’아닙’을 붙인 휴머아닙명조체, 즉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명조체’라는 뜻이 글자 안에 들어 있어요.

재미있는 디테일이 하나 더 있어요. 화면 속 미리보기 문장에는 빨간 물결선이 그어져 있어요. 워드프로세서가 맞춤법 오류를 알려 주는 표시인데, 어긋난 글꼴로 쓰인 글자라 맞춤법 검사기조차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걸 보여 주는 연출이에요. ’휴머아닙’이 눈에는 ’휴머님’처럼 흐려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글자의 실루엣은 살아 있는데 규칙이 깨져 있으니, 읽는 쪽에서 계속 미끄러지는 거죠.

여기서 이 실험의 아이러니가 나와요. AI의 어긋남은 확률이 만든 우연이에요. 반면 이 폰트의 어긋남은 사람이 획 하나하나 결정해서 만든 필연이에요. ’글자처럼 생긴 얼룩’을 내는 건 통계면 되지만, 그 얼룩을 모든 글자에 일관되게, 그리고 의도한 강도로 재현하려면 문자 체계를 아는 사람의 손이 필요해요. 캡션의 “사람이 만든 폰트입니다”라는 문장이 강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AI를 닮았다는 게 아니라, AI를 흉내 내는 일조차 지금은 사람의 정밀함으로 하고 있다는 거예요.

어긋남도 설계예요

이 실험을 정리하면 이렇게 돼요. AI 이미지 속 글자가 어긋나는 건 문자를 모르기 때문이고, 그 어긋남이 불쾌한 골짜기를 만드는 건 우리 뇌가 글자의 규칙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에요. 그 골짜기를 폰트라는 ‘완성된 문자 체계’ 안에 정확히 재현한 게 휴머아닙명조체예요. 농담처럼 보이지만, AI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가장 정확하게 보여 주는 비평이 돼요. 다음에 AI가 만든 이미지 속 글자가 조금 어긋나 보이면, 그게 왜 불편한지 이제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이 글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기준으로 확인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