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슬로바키아 과속 카메라 279대에서 SMS로 활성화되는 러시아행 백도어가 발견된 사건으로, 하드웨어의 신뢰는 공급망 검증과 Secure Boot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한 릴스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슬로바키아 당국이 자국 도로에 설치된 과속 단속 카메라를 점검하다가 러시아와 연결된 백도어를 발견했다는 내용입니다. ’백도어’는 정상 인증 절차 없이 시스템에 몰래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의미합니다. 릴스는 짧은 시간 안에 핵심만 전달하지만, 그 안에 어떤 기술이 있었는지 풀어 설명하겠습니다.
사건 개요: NERO R-ONE 카메라에서 발견된 백도어
슬로바키아 국가안보청(NBÚ)은 2026년 8월, NERO R-ONE 고속 과속 카메라에서 심각한 보안 위험을 발견했습니다. 279대의 카메라가 3천만 유로(약 44억 원)의 EU 자금으로 도입되었지만, 실제로 시험 운영 중이던 것은 2대에 불과했습니다.
카메라 내부에는 문서에 기재되지 않은 3G/4G 통신 모듈이 존재했고, 그 안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케메로보 지역의 전화번호 12개가 사전 설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번호들에서 발신되는 SMS가 백도어를 활성화하여, 기기의 IP 주소나 비밀번호 없이도 원격으로 카메라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백도어(Backdoor): 누군가 열어둔 뒷문
백도어는 정상적인 인증 절차(비밀번호, 로그인 등)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숨겨진 통로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SMS 한 통이 백도어의 열쇠였습니다. 승인된 번호에서 보낸 SMS가 카메라 내부의 코드를 실행하여, 외부에서 카메라의 실시간 영상을 보거나 설정을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인 해킹과 백도어의 차이는 ’누가 만들었는가’에 있습니다. 외부 공격자가 취약점을 뚫는 것이 해킹이라면, 백도어는 기기의 제작자나 공급자가 의도적으로 심어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백도어를 만든 주체가 누구인지는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러시아 전화번호가 사전 설정되어 있었다는 점이 의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과속 카메라는 단순한 속도 측정기가 아니다
릴스에서 언급한 대로, 과속 카메라는 속도만 측정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현대의 과속 카메라는 다음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합니다:
- 차량 번호판: ANPR(자동 번호판 인식, Automatic Number Plate Recognition) 기술로 번호판을 촬영하고 문자로 변환
- 통행 기록: 시간, 위치, 속도 데이터를 백엔드 시스템에 전송
- 위치 정보: GPS 좌표와 도로 구간 정보
이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된다면, 국가 단위의 이동 추적이 가능해집니다. 특정 인물이 언제 어디를 지나갔는지를 지도 위에서 추적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Secure Boot가 비활성화된 카메라
슬로바키아 국가안보청의 기술 보고서에 따르면, 카메라의 Secure Boot가 비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Secure Boot는 기기가 시작될 때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서명을 확인하여, 인가되지 않은 코드가 실행되는 것을 방지하는 표준 보안 기능입니다. 이것이 꺼져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임의의 코드를 카메라에 설치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RTSP로 노출된 실시간 영상
조사에서 추가로 발견된 문제는 RTSP(Real-Time Streaming Protocol)를 통한 무비밀번호 영상 노출이었습니다. RTSP는 실시간 비디오 스트리밍을 제어하는 프로토콜입니다. 카메라의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누구나 비밀번호 없이 실시간 카메라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Wi-Fi도 활성화되어 있어 접근 난이도가 더 낮았습니다.
공급망 보안: 키프러스 shell company에서 러시아 제조사로
이 사건의 본질은 공급망 보안(Supply Chain Security) 문제입니다. 카메라는 키프러스에 등록된 SODASUS Ltd라는 회사가 제작한 것으로 서류에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언론(Aktuality.sk)과 스위스 신문(NZZ)의 조사에 따르면:
- SODASUS는 2021년 8월 키프러스에 등록된 shell company(유령 회사)로, 이전 상업 활동 내역이 없었습니다
- 기업 매매 웹사이트에서 1만 2천 유로에 판매되던 회사였습니다
- 실제 기기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Simicon사가 제작한 CORDON PRO.M을 리브랜딩한 것이었습니다
- 인증 서류에 키프러스 회사를 제조사로 기재하여 입찰을 통과했습니다
즉 겉으로는 키프러스 제품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산 기기를 중간에 끼워 넣은 구조입니다. 공공 인프라에 어떤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지, 그것을 만든 곳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어떻게 연결되는가
한 줄로 요약하면: 러시아산 과속 카메라를 키프러스 shell company를 통해 키프러스 제품으로 위장하여 공급하고, 그 안에 SMS로 활성화되는 백도어와 무방비 실시간 영상 노출, 비활성화된 Secure Boot를 심어둔 사건입니다. 과속 카메라는 단순한 속도 측정기가 아니라 번호판, 위치, 통행 기록을 수집하는 정보 자산입니다. 공급망의 출처를 확인하지 않으면, 도로 위의 흔한 장비 하나가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를 위협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Tom’s Hardware · GovInfoSecurity · SecurityAffairs · Cyber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