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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스 해설

GPT-6 아스트라, 108년 된 독일군 암호를 풀다


한 줄 요약: GPT-6 아스트라는 108년간 미해독이던 1918년 독일군의 ADFGVX 무전 암호를 풀어내고, 복원한 내용을 영국 군함의 항해일지와 맞대며 스스로 검증했어요.

@_dot.move의 슬라이드예요. 오래된 책에서 찍은 듯한 표가 화면을 채우고, 가로·세로 머리글에 A, D, F, G, V, X 여섯 글자가 나란히 놓여 있어요. 표 위에는 “GPT-6 아스트라, 1차 세계대전 독일 무전 암호를 풀었다?!“라는 문구가 뜹니다. 이 표는 1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무전 통신에 쓰던 ADFGVX 암호의 치환표예요. 아스트라는 오픈AI가 2026년 9월 3일에 공개한 플래그십 모델이에요(Dexerto 기준). 실제로 9월 17일 개발자 블로그 prinz가 “GPT-6 아스트라가 이 암호 하나를 풀었다”는 사례를 공개했고, Tom’s Hardware와 Hackaday 같은 기술 매체들이 잇달아 보도했어요. 해독된 메시지는 1918년 11월 27일에 발신된 170자짜리 암호문으로, 독일 과학 블로그 포털 scienceblogs.de가 꼽은 ‘50대 미해독 암호’ 목록에서 108년을 버틴 난제였어요. 이 암호가 어떤 구조로 만들어졌는지, 왜 한세기를 넘게 못 풀었는지, AI는 어떤 순서로 풀어냈는지 차례로 보겠어요.

여섯 글자로 만든 좌표 표

ADFGVX 암호는 1918년에 등장한 독일군의 암호 체계예요. 처음에는 알파벳 25글자를 담는 5×5 표(ADFGX)였는데, 몇 달 뒤 숫자 0부터 9까지 담을 수 있는 6×6 표(ADFGVX)로 확장됐어요(Hackaday 보도 기준). 그렇다면 행과 열의 머리글을 왜 하필 A, D, F, G, V, X로 골랐을까요. 이 여섯 글자는 모스 부호에서 모양이 서로 크게 달라서, 전파가 잡음에 젖어도 한 글자를 다른 글자로 잘못 듣기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서로 목소리가 가장 잘 구분되는 여섯 명의 교환원을 골라 무전기 앞에 세워 둔 셈이에요.

표의 몸통은 키 단어 하나로 섞인 알파벳과 숫자로 채워요. prinz가 든 예시는 키를 “HOUSE”로 정한 경우예요.

A D F G V X
A H O U S E A
D B C D F G I
F J K L M N P
G Q R T V W X
V Y Z 0 1 2 3
X 4 5 6 7 8 9

첫 번째 단계는 치환이에요. 암호화할 글자를 표에서 찾아, 그 글자가 놓인 행과 열의 이름을 차례로 붙이는 거예요. 예컨대 이 표에서 단어 PRINZ는 “FX GD DX FV VD”로 바뀌고, E는 A행 V열의 “AV”가 되는 식이에요. 글자 하나가 좌표 쌍 두 글자로 바뀌니, 문장 길이는 두 배로 늘어나고 글자별 빈도는 쌍 단위로 흩어져서, 겉보기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의 나열이 돼요.

키 단어로 줄을 다시 섞는다

문제는 표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두 번째 단계인 전치가 이 암호를 어렵게 만들어요. 이번 릴스에 등장한 실제 키는 “TRUPPENVERSCHIEBUNG”, 독일어로 부대 이동이라는 뜻의 19글자예요. 이 단어를 알파벳 순서로 재배열하면 열을 읽는 순서가 정해지고, 치환으로 두 배가 된 글자열을 키 단어 아래 행으로 나눠 담은 뒤 키가 정한 순서대로 세로 줄을 뽑아 이어 붙여 전송해요.

비유하면 서기 두 명이 차례로 문장을 손질해 나가는 공정이에요. 첫 번째 서기는 글자 하나하나에 좌표표를 붙이고, 두 번째 서기는 키 단어가 정해 준 순서표를 들고 그 좌표표들을 세로 줄끼리 재배치해요. 이중으로 뒤섞인 탓에 사람이 손으로 풀려면 어느 단계부터 되감아야 하는지부터 알아내야 해요. 실제로 1918년 프랑스의 암호 해독가 조르주 팽뱅(Georges Painvin)은 건강을 갈아 넣을 정도로 작업해 이 체계 자체를 풀어 냈고(Hackaday), 그 뒤로 수백 건의 ADFGVX 메시지가 해독됐지만 prinz의 말을 빌리면 십여 건은 끝내 열리지 않았어요. 이번 메시지가 그 목록에 있었어요.

왜 108년간 못 풀었을까

그렇다면 왜 이 한 통만 108년을 버텼을까요. 단서는 암호학자 J. Rives Childs의 독일군 암호사 연구에 있어요. 암호문은 이 책 217쪽에 실려 있고, 키 TRUPPENVERSCHIEBUNG의 사용 기록은 214~215쪽에 나오는데, “이 키는 1918년 12월 9일부터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문헌의 기록이에요. 문제의 메시지는 그보다 열이틀 앞선 11월 27일에 발신됐죠. 그래서 해독을 시도한 사람들은 “아직 이 키가 없던 시기의 메시지니까 적용해 봤자 소용없다”고 전제했을 거라는 게 아스트라의 가설이에요(prinz).

아스트라는 이 서류상의 전제를 넘어 그 키를 실제로 적용했고, 암호문이 깔끔하게 풀렸어요. 복원된 평문은 이래요.

EIN ENGLISCHER KREUZER EINLIEG X SEWASTOPOL X S4STEN X
EIN GESCHWADER DER X ALLIIERTEN FOLGT 26STEN X

영어로 옮기면 “영국 순양함 한 척이 세바스토폴에 닻을 내렸다. 연합국의 함대가 26일에 뒤따른다”는 군사 보고예요. 수신처는 독일 최고사령부 쪽이었다고 Tom’s Hardware가 전해요. 앞서 설명한 전치 규칙을 역산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키 단어를 알파벳 순으로 재배열하면 어느 세로 줄이 원래 몇 번째였는지 계산되고, 그 순서대로 170자의 암호문을 거꾸로 되짚어 좌표 쌍을 복원한 뒤, 6×6 표에서 원래 문자를 찾으면 문장이 돌아와요. prinz의 예시를 따오면, T가 키 안에서 16번째 글자라 T열의 기호는 암호문 135번째에서 시작하고, R은 13번째라 108번째 기호 “V”와 짝을 이뤄 “AV”, 즉 EIN의 E로 풀리는 식이에요.

풀고 나서 스스로 검증하기

여기까지라면 좋은 추론이지만, 아스트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해독 결과가 사실과 맞는지 당시 기록을 찾아 대조했어요. 그 결과 영국 순양함 HMS Canterbury가 1918년 11월 24일에 세바스토폴에 입항했다는 항해일지가 확인됐고, 연합 함대가 26일에 도착했다는 기록도 발견됐어요. 해독문에 “S4STEN”으로 남은 날짜는 앞자리 한 글자가 유실된 형태인데, 전송 과정의 오기로 보이며 기록과 맞대어 보면 24일임을 특정할 수 있죠(Tom’s Hardware).

물론 시각은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어요. Tom’s Hardware 독자들은 “AI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푼 게 아니라, 역사 기록에 이미 남아 있던 키를 찾아 적용하고 결과를 검증한 사례”라고 짚었어요. 맞는 관찰이에요. 다만 기록에 키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자들도 알았어요. 차이는 날짜 불일치라는 선입견을 넘어 적용해 본 것, 그리고 해독 후 스스로 교차 검증을 돌린 것에 있어요. 같은 모델로 1941년 에니그마 메시지를 푼 별개의 실험도 이어서 보도됐는데, 블룸버그에서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카터 레펜이 후보 키 1,480만 개를 검증해 10시간 만에 풀었다고 블록체인서울이 전해요.

고전 암호와 오늘의 암호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방향은 명확해요. AI가 정해진 질문에 답하는 단계를 지나, 문서를 찾아보고, 가설을 세우고, 결과를 외부 기록과 대조해 검증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AI포스트는 이를 “역사적 선입견과 유실된 데이터라는 한계를 넘어, AI가 패턴 추론과 외부 데이터 교차 검증을 연계해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사례로 요약했어요. 역사 자료 연구나 언어학처럼 오래된 기록을 다루는 분야부터 쓰임새가 넓어질 셈이에요.

다만 걱정부터 앞서는 분들을 위해 짚으면, 이번 해독이 가능했던 건 ADFGVX가 언어와 역사 속에 단서를 남기는 고전 암호였기 때문이에요. 키가 단어였고, 평문이 독일어 문장이었고, 키의 사용 기록이 문헌에 남아 있었죠. 비트코인 지갑 같은 현대 암호는 언어적 단서가 아예 없어서 이런 방식으로는 풀 수 없다는 게 블록미디어 등 국내 보도의 중론이에요. 릴스 결말에서 던진 “옛 문서를 읽는 데 쓸지, 지금의 보안을 뚫는 데 쓸지”라는 질문에 답하자면, 당장은 앞쪽이 훨씬 가까이 있어요.

마치며

한세기를 넘게 열리지 않던 무전 한 통이 열린 건, 결국 세 가지 일이 한 번의 작업 안에서 이어졌기 때문이에요. 기록 속에서 키를 찾는 탐색, 암호 규칙을 거꾸로 되짚는 추론, 그리고 결과를 항해일지에 대질하는 검증. 릴스의 표 한 장은 이 공정 전체의 출발점이었던 셈이에요. 다음에 역사 속 미해결 물건 소식을 들으면, “AI가 똑똑해졌다” 한 줄보다 어떤 단서를 어떤 순서로 잇는지를 한번 살펴 보세요. 그게 이 사례가 주는 값진 힌트예요.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