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만든 웹사이트가 다 비슷한 진짜 이유
한 줄 요약: AI가 만든 웹사이트가 비슷해 보이는 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시가 없으면 학습 데이터에서 가장 흔한 ’기본값’을 내놓는 통계적 습성 때문이고 앤트로픽도 이를 공식 인정했어요.
sdk.kim.builds님과 _dot.move님이 함께 올린 릴스 게시물에 “클로드로 웹사이트 만들면 왜 항상 비슷…“이라는 문장이 붙어 있어요. 첫 장은 만화 한 장으로 시작해요. AI 로봇이 “Build Your Future with AI”라는 랜딩페이지를 만들어 놨고, 사용자가 따귀를 날리며 외쳐요. “하라는 디자인은 안 하고 또 기본값만 쓰고 있어?!” 이어서 슬라이드의 결론이 나와요. “AI가 못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시키면 비슷한 폰트와 카드, 비슷한 레이아웃을 반복합니다. 문제는 AI의 ’기본값’입니다.”
반응이 뜨거웠어요. 스크린샷 기준 좋아요 508개에 댓글 2,044개, 저장 559개예요. 클로드나 커서(Cursor) 같은 도구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당혹감이라 공감이 쏠렸을 거예요. 흥미로운 점은 이 문제가 농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클로드를 만든 앤트로픽이 공식 블로그에서 같은 현상을 인정하고 원인까지 설명해 놨어요. 이 글에서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오는지를 정리해요.
다 비슷해 보이는 이유부터
먼저 슬라이드 속 랜딩페이지를 보면 이래요. 큰 제목은 “Build Your Future with AI”이고, 그 아래 “Smarter Solutions”, “Faster Results”, “A Brighter Tomorrow”라는 카드 세 장이 나란히 놓여 있어요. 바닥에는 “AI SOLUTION”, “NEXT GENERATION”, “Innovate Create Grow” 같은 문구가 적힌 카드들이 흩어져 있어요. 어느 회사 이름에도, 어떤 제품에도 붙을 수 있는 문구들이에요. 이 게시물의 슬라이드는 일곱 장인데, 첫 장만 봐도 요지가 다 나와요.
이런 ’공통 패턴’은 실제로 목록으로 정리돼 있어요. AI 생성 랜딩페이지를 분석한 글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항목을 모아 보면 이래요.
- 보라·인디고 계열의 그라디언트 배경
- Inter 같은 ‘무난한’ 기본 폰트
- 아이콘이 붙은 카드 세 장이 나란히 놓인 레이아웃
- 카드든 버튼이든 모두 똑같은 둥근 모서리
- 구획마다 똑같은 간격이라 아무것도 두드러지지 않는 배치
- “업무를 더 매끄럽게” 같은, 어느 회사에나 끼워 넣을 수 있는 문구
여기서 중요한 건 각 항목이 틀린 답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보라 그라디언트가 나쁜 것도, 카드 세 장이 나쁜 것도 아니에요. 문제는 이것들이 결정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블로그 uxgen은 이 상태를 한 단어로 ’결정의 부재’라고 불렀어요. 페이지를 보는 사람은 특정 요소를 지적하기 전에 먼저 “여기엔 아무도 결정을 하지 않았구나”를 알아차려요. 슬라이드에서 사용자가 화를 내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에요. 디자인이 못나서가 아니라, 고른 흔적이 없으니까요.
기본값은 어디서 오나
그렇다면 AI는 왜 하필 ’기본값’을 반복할까요? 앤트로픽 공식 블로그는 원인을 **분포 수렴(distributional convergence)**이라는 말로 설명해요. 쉽게 말해 통계적 습성이에요. 언어 모델은 다음에 올 말을 확률로 골라요. 그리고 웹에 공개된 랜딩페이지 수백만 장 가운데 “모든 곳에 통용되고 아무도 불쾌하게 하지 않는” 무난한 선택이 가장 많이 등장하니, 그 조합이 가장 높은 확률을 받아요.
한 사람으로 그려 보면 이해가 빨라져요. 이 모델은 웹에 돌아다니는 랜딩페이지를 수백만 장 읽은 사람이에요. “웹사이트 하나 만들어줘”라고만 부탁하면, 그 사람의 손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건 두뇌에 가장 자주 박힌 조합이에요. 흰 바탕에 보라 그라디언트, Inter 폰트, 카드 세 장이에요. 게을러서가 아니라, 부탁이 빈약할수록 ’제일 흔한 답’이 ’제일 확실한 답’이 되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 비유에는 한계가 있어요. 모델은 기억을 꺼내는 게 아니라 확률을 계산할 뿐이고, 실제로 사람이 표절처럼 복사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무난한 조합이 손에서 먼저 나온다”는 감각은 그대로 통해요.
여기서 짚을 점이 하나 더 있어요. 같은 빈 지시를 다른 도구에 줘도 결과는 비슷해요. uxgen의 분석에 따르면 학습 데이터가 비슷한 모델들은 제약이 없을 때 모두 ’중앙값’으로 수렴해요. 그래서 도구를 바꿔도 기본값은 따라와요. 바뀌는 건 지시의 내용이지 도구가 아니에요.
앤트로픽이 공식 인정한 문제
이 문제를 가장 분명하게 인정한 것도 앤트로픽 본인이에요. 2025년 11월 공식 블로그에서 앤트로픽은 이렇게 썼어요. 가이드 없이 랜딩페이지를 만들라고 하면 거의 항상 Inter 폰트, 흰 배경 위의 보라 그라디언트, 최소한의 애니메이션으로 수렴한다고요. 공식 조리법 문서인 클로드 쿡북(Claude Cookbook)도 같은 현상을 ’평범하고 소심한 디자인으로 기우는 경향’이라고 짚었어요. 심지어 이 평범한 기본 상태를 “AI slop(기계적으로 찍어낸 흔한 결과물)“이라는 표현으로 부르기까지 해요.
재미있는 건 해법이 의외로 단순하다는 점이에요. 앤트로픽의 실험에서는 “Inter와 Roboto는 쓰지 마라”는 한 줄을 붙이는 것만으로 결과가 바로 좋아졌어요. 여기에 폰트·색·움직임·배경 네 가지 방향을 정리한 약 400토큰짜리 지시서를 붙이니, 같은 요청이 완전히 다른 결과로 바뀌었어요. 클로드가 지시만 제대로 주면 그에 맞게 움직이는 모델이라는 뜻이에요.
한 가지 디테일이 더 인상적이에요. 기본 폰트를 피하라고 하면 이번엔 또 다른 ’흔한 선택’으로 기우더군요. 앤트로픽도 “Space Grotesk 같은 보편적 선택으로 다시 수렴하는 걸 막아야 한다”며 지시서 끝에 한 줄을 더 붙였어요. 습관은 한 겹이 아니라 겹겹이라는 얘기예요. 기본값을 없애는 일은 한 번의 금지 목록으로 끝나지 않아요.
결정을 대신 내려주는 방법
정리하면 해법은 두 가지로 좁혀져요. 첫째, AI가 미는 기본값을 미리 금지 목록으로 알려 주는 것. 둘째, 기본값이 차지할 빈칸을 결정으로 채워 주는 거예요. 구체적으로는 이런 항목들이 지시에 들어가면 좋아요.
- 색: 브랜드 색을 지정하거나, 제품 자체에서 온 색을 쓰라고 말한다
- 폰트: 쓰지 말아야 할 폰트(Inter, Roboto 등)와 선호하는 폰트를 함께 말한다
- 참고: 마음에 드는 사이트나 꾸밈 방향을 예시로 건넨다
- 우선순위: 화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하나를 정해 준다
이건 만화 속 사용자의 외침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에요. “하라는 디자인은 안 하고”라는 말은 뒤집으면 ’하라는 디자인을 준 사람만 다른 결과를 봤다’는 뜻이니까요. 다만 슬라이드의 화는 AI를 향하고 있지만, 실제 해법은 사용자의 지시에 있어요. 모델은 결정이 없는 자리를 확률로 채울 뿐이고, 그 결정은 어디까지나 사람 몫이라는 거예요.
정리: 시키는 만큼 나와요
이 릴스의 요지는 ’AI가 못한다’거나 ’사용자가 게을렀다’는 누구 탓이 아니에요. 지시가 없으면 학습 데이터의 중앙값이 나오고, 결정이 없는 자리는 기본값이 채운다는 통계의 습성을 이해하면 모든 게 설명돼요. 앤트로픽이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고 지시서 형태의 해법까지 공개한 건, 이게 모델의 한계가 아니라 모델의 성격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기본값은 적이 아니라 출발점이에요. 다음에 웹사이트를 시킬 때는 색 하나, 폰트 하나, 참고 사이트 하나만 정해서 건네 보세요. 같은 모델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이 글의 내용은 아래 자료를 기준으로 확인했어요.